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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 아프지만 솔직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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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22:54

아프지만 솔직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남경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 교육학박사

 

 

 몇 년 전 무척 감명깊게 보았고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 된 영화 한 편을 꺼내보려 한다. 이누도 잇신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이다. 특이한 제목이라 누구든지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할 것이다.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명사 세 개와 부사 한 개가 나열되어 있어서 어느 단어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도 모호하다. 이것은 영화 첫 장면에서 츠네오의 회상을 몇 장의 스냅사진으로 처리한 것과 마찬가지의 표현기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무엇을 말하려고 이런 방식으로 관객에게 손을 내밀었을까?

 

<사진> 조제와 츠네오의 첫 만남은 새벽시간에 어느 한적한 도로에서 처음 이루어진다.

 

 영화는 재미있고 아름답고 슬프다. 보고나면 가슴 한 구석은 아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상당수 멜로 영화들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두 젊은 남녀가 등장하고 그들의 못 다 이룬 사랑을 감성적인 터치로 그리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그 여성이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는게 조금 특별하다고 할까.

 

<사진> 조제는 할머니가 주어 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츠네오가 조제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주인공 조제는 할머니에 의해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다. 낮에는 외출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집 한 구석에 엎드려 할머니가 주워 온 책들을 통해 세상을 공부하였다. 그 책들 중에는 사강의 슬픈 사랑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할머니는 세상을 향해 나가려는 조제에게 소리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남들 노는 대로 놀다간 벌 받는다”. 그리고 조제의 마음을 흔든 청년 츠네오에게도 “저 아이는 몸이 불편하니 댁 같은 사람은 감당할 수가 없다”면서 문을 닫아 버린다. 그러나 청춘남녀의 사랑이 막는다고 될 일인가? 둘은 사랑에 빠지고 짧은 기간이지만 달콤한 시간들을 갖게 된다. 거기까지다. 이내 현실의 벽 앞에 부딪히고 만다. 할머니의 경고대로 조제는 남들처럼 놀다가 사랑의 상처를 감내해야하는 처지가 되고 츠네오 역시 자신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 과거에 사랑했던 신체 건강한 여성에게로 도망치고, 그런 자신을 보며 소리내어 운다.

 

<사진>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두 사람은 서로의 그리움을 확인하게 된다.

 현실적 눈으로만 보면 츠네오가 한 여성, 그것도 홀로 사는 장애인 여성의 사랑을 팽개치고 도망쳤으니 나쁜 놈 혹은 비겁한 놈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거면 왜 시작했냐고?’ 조제에게도 괜히 상처받을 일을 벌인 것 아니냐고 나무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감독의 생각은 영화 후반 조제의 입을 통해 그리고 마지막에 흘러 나오는 주제가를 통해 드러난다. 필자의 얘기를 듣는 것 보다는 영화에서 직접 들어보길 권한다. 단, 이 영화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이라던가, 당위성 혹은 비현실적인 순수함 따위를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것만 기억해두자.

 

<사진> 한껏 멋을 부린 조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동물원의 호랑이를 보러 왔다. 소망하던 꿈 하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 그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당신이 경험했던 사랑의 기억들은 지금 어떻게 남아있는가?’ 과연 위인들의 포장된 삶처럼 소중한 무언가를 향해 일관되게 달렸던 흔적으로 남아 있는가? 아니면 신이나 대자연이 베푸는 축복처럼 무한한 충만으로 남아있는가?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니까. 감독은 그렇더라도 실망하거나 화내지는 말자고 얘기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조제’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동물원의 ‘호랑이’를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그 비슷한 것이라도 해보았다면 대단한 축복이 아닐까? 삶을 조금 살아본 연배의 사람이라면 우리의 삶에서 우리를 배신하는 일들은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조제가 난생 처음 찾아갔던 수족관이 마침 휴관이어서 ‘물고기’를 보지 못했던 것처럼. 그래도 우리의 삶은 조제와 츠네오가 우연히 발견한 여관이 수족관의 대용품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지 않은가?

 

<사진> 두 사람의 행보는 갈라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추억들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 영화의 생소한 제목은 주인공 남녀가 갖게 된 기억의 그리고 삶의 흔적들을 마치 아이의 호주머니 속 장난감 목록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 영화의 도입부에서 차례로 사진들을 나열한 것도 우리가 살면서 부딛히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상처와 분노, 배신과 외로움 등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고 인생을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위로의 선물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 같다. 조제가 바닷가에서 주웠던 조가비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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