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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섭식장애에 대한 영화 <301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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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8-05 오후 8:04:49

섭식장애에 대한 영화 <301 302>

 

 

남 경 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연구교수

 

 

 

 

 

 최근 TV나 인터넷에서 섭식장애에 대한 얘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과도한 다이어트에 집착하던 어떤 젊은 여성이 거식증으로 앙상한 몰골이 되었다든지 또는 뜻대로 삶이 풀리지 않아 고생하던 연예인 누군가는 폭식증을 경험했었다는 등의 기사들이다.

 

형사가 송희에게 실종된 윤희의 행방에 대해 묻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에서 섭식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가 1만 3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4배 많고, 연령별로는 20대 비중이 23.9%로 가장 높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섭식장애가 정신질환 중 가장 높은 치사율(5.6%)을 보이기 때문에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MH)는 ‘가장 치명적인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 이사 온 송희가 302호에 사는 윤희에게 광어요리를 건네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러한 섭식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본래 인간의 식욕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데, 스트레스나 병이 이러한 복합작용을 교란시킨다는 것이다. 즉, 과도하게 먹거나 먹지 않는 행동은 개인이 벗어나고 싶은 생각 혹은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것이고, 결국 정신적 문제가 음식섭취라는 인간의 타고난 생존회로에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송희가 준 음식물을 버리려던 윤희가 복도에서 송희와 마주친다.

 

 바로 이러한 섭식장애를 소재로 다룬 영화가 있다. 올해 초 비운의 사고로 세상을 뜬 박철수 감독의 <301 302>가 바로 그것이다. 1995년 발표된 걸 보면 꽤 시대를 앞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마치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연상케 한다. 한 형사가 주인공 송희가 사는 아파트 301호를 찾아온다. 실종된 302호 거주자 윤희의 행방을 묻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는 송희가 형사에게 진술하는 내용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윤희는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외로움을 달래야 했던 송희는 이혼의 상처를 안은 채 이 아파트에 홀로 이사를 온다. 폭식으로 인해 과체중이 된 송희는 우연히 모델처럼 날씬한 옆집 302호의 독신여성 윤희를 알게 되는데 윤희의 몸매에 시기심을 느낀 송희는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윤희를 살찌우리라 결심한다. 하지만 윤희는 송희가 공급해준 음식들을 먹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먹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윤희는 자신의 몸에 남자는 물론 음식물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각자가 가진 외로움과 치유받지 못한 상처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나서 송희는 선한 마음으로 윤희가 먹을 수 있을만한 요리들을 만드는데 힘을 쓴다.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사랑을 부어주는 것이다. 과연 두 사람의 외로움과 상처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윤희의 실종은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송희가 남편의 서재로 야식을 가져가지만 외면받고 만다.

 다시 섭식장애 얘기로 돌아가 보자. 어떻게 하면 이러한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까? 섭식장애는 대개 낮은 자존감과 관련되는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고통없는 인생이 어디있겠냐만은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섭식장애 혹은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인생에서의 개인적 성취를 키우도록 장려하는 것이 섭식장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아동의 경우 부모나 선생님은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삶의 기술과 대처 방식들을 개발하여 개인적, 환경적 제한점들을 현실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섭식장애에 걸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의 상처에 대해 알게 된 송희와 윤희.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섭식장애라는 현상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영화에서 두 여인 모두 사랑받고 있지 못하는 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랑이 결여된 인생이 제대로 굴러가기를 바라는 것은 가당찮은 말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현재 자신이 누구로부터 사랑받고 있는지,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곰곰이 점검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약 자신의 힘든 삶이 위로받을 만큼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리고 마음껏 사랑해 줄 대상이 없다면 위험신호일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능동적인 자세로 누군가와 아름다운 관계를 맺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을 작성하던 중 18년 전 영화인 <301 302>를 리메이크한 캐나다의 2013년 신작 <섹슈얼 컴펄전>이 현재 서울의 한 개봉관에서 상영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만들었을지 꽤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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