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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고정욱] 장애인 아빠의 눈물
사업영역 [활성] 장애인식개선사업 > [활성] 칼럼/에세이
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26:23

장애인 아빠의 눈물

 

 

 

고정욱 작가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라고 공중화장실에 쓰여 있는 걸 간혹 본다. 이건 이 땅에 가장으로서 험한 삶을 살아야 하는 나의 신조이며 모토이기도 하다. 어렵고 힘들다고 찔찔 짜서야 쓰겠는가.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신조와 모토대로 되는 건 아니다. 오래전 내 나이 37세에 낳은 나의 귀여운 막내딸은 서너 살이 되자 걸어다니며 이 세상 모든 것에 흥미를 느꼈다. 당연하다. 그 나이면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할 일이니까.

 

어느 날 녀석은 집안에서 걷지 못하고 기어다니는 내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연신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물었다.

 

“아빠. 일어나. 아빠 일어나서 걸어.”

 

나는 최대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냐. 아빠 못 걸어.”
“아냐. 걸어. 일어나봐.”
“아빠 장애인이라서 안돼.”
“돼. 된다구.”

 

가슴이 울컥했다. 우리 딸 말대로 벌떡 일어나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딸을 안고 놀이공원을 가고, 함께 잔디밭에서 뒹굴며 뛰어 놀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건 상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다.

 

“아빠, 그럼 내가 걷는 거 가르쳐 줄게.”
“어떻게?”

 

갑자기 딸은 나처럼 땅바닥에 엎드리더니 먼저 일어서는 시범을 보인다.

 

“이렇게 해서, 이렇게 힘주고 이렇게 일어서면 되잖아.”

 

녀석은 아무 문제없이 일어나면서 맑은 눈으로 어서 나를 보고 따라 하란다. 하지만 소아마비로 인해 운동신경이 마비된 내 다리에 힘이 들어 갈 리 없다. 그래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 엎드렸다 일어나려는 안간힘을 써본다. 그리고는 다시 쉬운 말로 설명한다.

 

“아빠 어려서 병 걸렸기 때문에 못 걸어.”

 

죽고 싶었다.

 

“아냐. 걸을 수 있어. 이렇게, 이렇게.”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기어이 돌아서서 눈물을 흘린다. 한 번도 장애로 인해 땅을 딛고 두 발로 서본 적 없던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결국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을 흘리고 말았다. 그날 하루 우리 집은 우울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십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것에 늘 호기심을 느끼는 딸은 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곰 인형을 껴안고 뒹굴고 있었다.

 

우리가 순간의 고통과 번뇌에 좌절하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모든 것은 왔다가 그저 가는 것이니까.

 

 

 

 작가 고정욱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선험’이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원균 그리고 원균’이 있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했다. 대표작으로《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가 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도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활발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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