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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고정욱]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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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25:58

행복한 하루

 

 

고정욱 작가

 


대전에서 강연을 두 개 마쳤다. 오전과 오후에 하나씩. 한 지역에 가서 두 번을 하고 오게 되면 왠지 기분이 좋다. 교통비 한번 들여서 강연을 배로 했기 때문에 강연료도 그만치 많아지기 때문이다. 강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걸 전문용어(?)로 일타쌍피라고 한다.

대전역 앞에서 나를 태워준 강연 주최자에게 곧바로 주차장에 혼자 가겠다고 했다.

 

“아니, 선생님 안에 들어가시는 것까지 제가 봐야죠.”

“아닙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나는 번거롭게 주차장까지 들어가서 나를 내려 주는 것을 싫어한다. 길가에만 자동차를 대주면 알아서 잘 갈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주최자는 몇 번이고 확인했다.

 

“아무 문제 없어요.”

 

트렁크를 열고 휠체어를 꺼낸 뒤에 내가 앉을 수 있게 도와준 뒤 그는 황황히 떠났다. 나는 가방을 목에 메고 휘파람을 불며 대전역 광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휠체어를 굴렸다.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버튼을 누리고 있던 노파가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문이 열리고, 엘레베이터를 탄 노파는 내가 뒤를 잇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그 몸을 해 가지고 뭐가 좋다고 휘파람을 불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노파를 살펴보았다. 검버섯이 덕지덕지 앉은 얼굴에 흰 머리가 빠글빠글 파마 되어 있는 노파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삶에 찌든 피곤한 노년의 모습이었다.

 

“오늘 대전 와서 돈도 많이 벌고 가는데 기분 좋지요.”

 

나는 짐짓 쾌활하게 대답했다.

 

“아이구, 우리 영감은 5년째 자리보전해 가지고 죽지도 않고 속만 터져요.”

“할머니가 고생이 많으시군요.”

“성치도 않은 몸에 얼마나 힘들어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건 대전역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차표를 끊고 대합실에서 승차시간을 기다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장애인들은 늘 불안할 거라는 생각, 장애인은 기쁜 일이 하나도 없을 거라는 생각. 그것부터가 편견이고 그것부터가 차별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이렇게 썼다. 하루의 노역을 마치고 수용소에 돌아오면 상쾌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수용자들조차도 순간순간의 삶에서 희열을 맛본다.

 

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다. 따지고 본다면 어느 인생이 짐지고 피곤하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이 힘든 만큼 남을 긍휼이 여기는 마음 또한 필요하다. 자신이 행복하거나 기쁜 만큼 남도 그럴 수 있다는 마음, 한 마디로 역지사지가 요구된다. 노파는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자기 남편의 자리 보전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모두 다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생로병사는 자연의 섭리다. 누구를 거스를 수 없다. 거스를 수 없는 데서 우리는 순간순간 삶의 기쁨을 최대한 맛보며 살고 있어야 하지 않은가,

 

 

 작가 고정욱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선험’이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원균 그리고 원균’이 있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했다. 대표작으로《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가 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도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활발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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