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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고정욱] 전문가와 당사자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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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24:53

전문가와 당사자의 조화

 

 

고정욱 작가

 

 

한때 사회복지 분야, 특히 장애인복지계에서는 전문가들 대신 당사자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이념인 당사자주의가 횡행했다. 장애인 당사자인 나로서도 반가울 뿐만 아니라 참신한 패러다임이 아닐 수 없었다. 장애인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것이 당사자주의의 근본 원리였고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주장까지도 나오게 되었다.

 

물론 전문가를 맹신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패션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패션 박람회 같은 곳에서 전문가들을 만나지 않습니다. 패션 전문가라는 사람이 오히려 창의성이 떨어져요.”

 

그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와 과거의 실적들을 위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기에 전문가라고 해서 잘 하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다.

 

그러나 사회복지 분야에서 당사자가 창의적이라는 근거 역시 별로 없다. 물론 전문가가 보지 못하는 부분에서의 새로운 결정이나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얼핏 보면 창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전문가는 아니다. 당사자 삶의 영역에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잘 받아들이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전문가의 의견을 잘 받아 들여서 자신의 삶을 바꾸는 당사자도 필요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럭비 월드컵 경기가 열렸다. 그때 전문가들은 남아공이 우승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넬슨 만델라는 말했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되었다면 자네와 나는 지금까지 감옥에 있어야 하네.”

 

그렇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의견도 당사자의 의견도 아닌 조화이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과 생각이 궁극적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생각한 뒤 이루어지는 실천이다. 궁극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소외받지 않는 행복한 세상 아니겠는가.

 

나도 그런 예가 있었다. 어린 시절 재활원에서 다리에 브레이스를 차고 목발을 짚고 걸었는데. 이 브레이스가 너무 힘들고 무거운 거다. 전문가인 재활치료사는 꼭 브레이스를 하라고 했지만 당사자인 나는 그게 너무나 거창했다. 그래서 아예 걷는 걸 포기했다. 그러자 다른 재활치료 전문가가 나에게 물었다. 걷고 싶지 않냐고. 그렇다고 하자, 그럼 브레이스 없이 걸어보라고 했다. 결국 나의 욕구와 전문가의 타협은 나를 걸을 수 있게 했다. 비록 브레이스가 없어 다리도 흐느적거리며 걷게 되었지만 그 뒤 나는 30여 년 간 목발 보행을 할 수 있었다.

 

궁극의 목적을 확인한다면 당사자나 전문가의 의견 대립이나 갈등은 얼마든지 조정하고 소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전문가와 당사자의 소통과 조화, 그리고 이해와 공감만이 사회복지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하는 일부터 먼저 이루어져야 하리라.

 

 

 작가 고정욱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선험’이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원균 그리고 원균’이 있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했다. 대표작으로《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가 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도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활발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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