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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현기]장애학생의 가족생활 참여권
사업영역 [활성] 장애인식개선사업 > [활성] 칼럼/에세이
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09:17

장애학생의 가족생활 참여권

 

 

 

 

 

 

 

 

신현기(단국대 교수)

 

 

어머니는 벌써 몇 년째 앓아 누워만 계십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쪽찐 뒤 우리 남매를 불러 앉혔습니다. 엄마는 마치 먼 여행이라도 떠나려는 사람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수야, 누나를 부탁한다. 니가 누나의 목소리가 돼줘야 해. 그럴거지?”

“엄마,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엄마는 말 못하는 누나가 마음에 걸려 차마 눈을 감을 수 없다며 나의 손을 꼭 잡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며칠 뒤 우리 남매의 손을 그렇게 하나로 맞잡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친척의 도움으로 야간고등학교를 겨우 마친 나는 서울에 직장을 얻어 상경했고 누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혹처럼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피곤에 절어 집에 돌아온 나는 누나가 앵무새 한 마리를 들여놓고 동네아이들을 불러다가 무엇인가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주… 주… 주우….”

앵무새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아이들도 뭐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은 그 후로도 며칠이나 반복되었습니다.

“주욱 주욱….

천식환자처럼 그렁그렁 대는 앵무새는 그 날부터 늦잠을 방해하고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제발, 저 앵무새를 좀 치워 버릴 수 없어?”

나는 누나에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나는 내 성화를 못들은 채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생일… 추카…생일…추카!”

앵무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누나가 건네준 카드에는 단정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내 목소리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생일축하! 목소리가 없는 누나가 난생 처음 내게 들려준 말이었습니다. 앵무새에게 그 한 마디를 훈련시키기 위해 누나는 그렇게 여러 날 비밀 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나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입 안 가득 미역국을 퍼 넣었습니다.

 

 

이 글은 오래 전에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소개된‘누나와 앵무새’라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누나, 세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 어린 남동생에게 짐이 되는 존재. 하지만 누나이다. 동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 누나이다. 그러나 힘든 삶을 살아가는 동생은 누나조차도 받아들일 여유가 점점 없어져 그저 짜증만이 찾아 든다. 이들의 문제는 비단 장애우 가족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일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은 고민하고 망설일 필요 없이, 가족에게는 가족으로서의 몫이 있는 것이기에 장애학생 당사자의 가족생활 참여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당사자 주의이다. 당사자주의는 당사자의 발달기에 적합한 참여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가 입은 옷을 자기가 고를 권리,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자기가 선택할 권리, 가족의 외식에서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가 선택한 결과가 흡족하지 못할 경우라 할지라도 그 결과를 남 탓하지 않고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선택에 책임이 따름을 알게 하는 것이다.

작금에 장애학생의 가족생활 참여권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외부에서의 장애학생 주변인의 권한은 점차 확대되는데 정작 장애 당사자인 학생의 가정 내 참여권은 점차 위축된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학생의 상급학교의 입학식장이나 졸업식장에서 자주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부모나 가족은 그들의 기분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들은 입학식에서 , 그리고 졸업식에서 주인공으로 인정받고 대우받고 싶어 한다. 상황에 맞는 복장 즉 의복을 선물 받고 싶어 하고, 꽃을 선물 받고 싶어 하고, 그 날의 가족 식사에서는 메뉴의 선택권이 자신에게 최우선적으로 부여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 날 주변을 둘러보면 이를 확인할 수 없다.

가족은 혈연 공동체일 뿐 아니라 실패가 용인되는 최초의 학습장이다. 따라서 장애학생들이 가족구성원으로서 가족생활의 참여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지역사회 참여권이 생기고, 또 이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 자기 옹호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행복은 감사할 수 있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는 선현들이 많이 계시다. 가족의 구성원들이 가족 서로에게 감사하고, 이웃과 지역사회에 감사함으로써 장애학생이 가정과 가족과 이웃과 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 감사할 줄 알게 하는 것이다.

가족참여권 그것은 장애학생의 모든 권한 행사와 그 책임의 수용을 배우도록 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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