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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현기] 바보들의 애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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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08:07

바보들의 애국심

 

 

신현기

(단국대 특수교육과)

 

 

 아직 6월 중순도 되지 않았는데 기온이 마치 한 여름 같습니다. 정부는 벌써부터 대규모 정전사태(black-out)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전력수요를 예측하지 못하여 혼란을 겪은 바 있었기에 올해는 이런 일이 없으려니 했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원전을 세우면 ‘더위 끝 시원 시작’인줄 알았는데 그 원전 가동이 전면 중단사태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까닭이 다름 아닌 냉각 작동 제어 케이블의 불량에 있었다니 합니다. 그것은 안전장치를 조정하는 신호를 보내는 아주 중요한 부품이기에 이것이 잘못되면 문명의 이기라고 하는 원자력이 예측할 수 없는 흉기가 될 수도 있게 할 정도로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품질 검사표를 거짓으로 꾸며 불량품을 장착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원전의 한 두 곳이 아닌 전체에 해당되며 그러한 짓들을 한 사람들은 이 땅에서 머리가 가장 우수한 대학의 동문들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국민들의 세금에 의하여 운영되는 국립대학의 동문들이라고 합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 대전 현충원, 광주 5.18 민주묘지 등에 선생님들의 손을 잡고 참배에 나서는 장애어린이들을 보게 됩니다. 사뭇 진지하게 묵념을 올리고, 손으로 비석을 쓰다듬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끄러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애국이란 무엇일까요?

 고구려 평원왕 때 외모는 누추하나 마음은 명랑한 바보 온달이라는 거지가 있었는데 집안이 가난하여 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걸해서 눈 먼 어머니를 봉양했습니다. 당시 평원왕에게 는 울보인 딸(평강공주)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울 때마다 늘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겁박을 했습니다. 공주가 자라서 상부 고씨에게 출가하라는 부왕의 명이 내려지자 공주는 어릴 때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보내겠다는 농담을 들어 이를 거역하자 왕은 화가 나서 공주를 궁궐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쫓겨난 공주는 정말 온달을 찾아가서 온달 모자를 설득하여 결혼을 하게 됩니다. 몸에 지니고 나온 금팔찌로 병든 국마를 사서 잘 길러 준마를 만들고 그 말을 타고 온달로 하여금 무술을 연마하게 하였습니다. 고구려에는 매년 3월 3일 군신 및 5부의 병사들이 낙랑언덕에서 사냥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훈련된 바보 온달이 그 사냥행사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여 평원왕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 후 온달은 후주(後周)와의 전쟁에서도 큰 공을 세워서 사위로 인정받고 대형(大兄)의 벼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590년 온달은 임금에게 신라에 빼앗긴 한수 이북의 땅을 회복하겠으니 군사를 달라고 자청하여 신라군과 아단성에서 싸우다 나는 화살에 맞아 전사하고 맙니다. 장례를 치르려는데 관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자 평강공주가 와서 관을 쓰다듬으며 생사가 이미 정해졌으니 돌아가라고 말하자 관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장사를 지냈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비록 구전설화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적장애아동들의 사회과 수업시간에 <애국심>에 대하여 물어보면 그들은 매우 흥분한 모습으로 유관순누나(?), 안중근, 이순신장군, 세종대왕, 천안함, 박태환, 김연아, 싸이 등을 말하며 그에 걸 맞는 몸동작을 재연해 보입니다.

 애국심이 길러지듯이 매국심도 길러지는 것 같습니다. 애국심은 욕심 없는 사람들에게서 길러진다면 매국심은 욕심에 지든 사람들 속에서 퍼져가는 것 같습니다. 좋은 배움을 받은 사람들이 대형 사고를 치고 있습니다. 하여 오늘의 교육을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늘날의 교육장면에서는 경쟁을 가르칩니다. 교육이 속도에 매몰됩니다. 그런데 장애아동들이 공부하는 장면에서는 나눔과 배려를 가르칩니다. 교육의 방향에 치중합니다. 삶의 방향을 강조하면 바보교육이라고 합니다.

 바보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사고를 치지 않는데 경쟁교육, 생산교육, 효율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연일 대형 사고를 치고 있습니다.

 애국은 거창한 사람들의 업적이 아닙니다. 주어진 곳에서, 필요하다면 목숨까지도 내걸고 자신의 책무를 다한 사람들에게 건전한 소시민들이 붙여준 찬사입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저수지의 도랑에서 쌓인 낙엽을 치워 저수지가 썩지 않고 항상 일정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장애인 철수아저씨가 그리워집니다. 10만원짜리 건담로봇 선물보다 그 안에 넣는 1.5V AA사이즈 건전지를 들고 “엄마 고마워요! 죽은 장난감을 살리는 생명을 선물해 주어서 고마워요”하고 부정확한 발음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5살짜리 아담의 외침이 그립습니다.

 많은 수의 바보 온달이 애국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절실히 그리운 6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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