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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진호] 누구를 위한 발달장애인 지원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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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9:38:03

발달장애인 지원 제도, 부모를 위한? 당사자를 위한?

  

      전진호

 

 

며칠 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드라마에서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가 등장했다.

잠시 스치듯 봐 정확한 줄거리는 모르겠으나, 생활하고 있던 보육원에서 몰래 나와 사람들의 혼을 빼놓은 모양이다. 이를 보며 문득 ‘그 아이의 공동생활은 어땠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아이들은 그곳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기억할까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보육원이 있듯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장애인생활시설이란 곳이 있다. 이 공간이 어느 순간서부터 발달장애인들로 메워지고 있다. 심지어 노숙인 생활시설까지. 생활시설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남들이 해주는 것 받아먹으면서 생활하는 게 얼마나 좋은가.”라는 말이 얼마나 인간답지 않은 삶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언사인지 경험해 본 당사자들은 안다. 자신의 생활 전체를 통제받으면서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도 자신의 욕구와는 무관하게. 이는 그 시설이 얼마나 쾌적하고, 종사자들의 서비스 수준이 높은가와는 별개의 이야기다.

 

장애유형 전반에 걸쳐 탈 시설이 이뤄지고 있는 현 시점서 유독 발달장애인, 즉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장애인생활시설 입소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진작부터 ‘탈 시설’이 대세임을, 이미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수차례 강조해왔으나 발달장애인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일까, 사실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다 “힘들더라도 내가 배고플 때 라면 끓여먹을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란 가슴 먹먹한 증언조차 듣기 어려워지는 때가 오면 어쩌나 겁이 덜컥 난다. 과연 기우일까.

 

며칠 전 정부는 발달장애인 권리보호 체계구축과 돌봄지원 강화, 지역사회 내 자립기반 구축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발달장애인당사자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우선 발달장애인 권리보호 체계 구축을 위한 성견후견제를 조기정착하고, 실종예방 및 인신매매 등 근절을 위한 정기 수색 및 점검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완 대체 의사소통기구 등을 보급하는 한편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운영해 재활치료, 성인기 전환을 위한 계획 수립 등과 함께 가족상담, 인식개선 활동 등을 추진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랭해 보인다.

우리 아이가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바랐건만 온도차가 컸기 때문일 듯싶다. 물론 발달장애인 부모에 대한 전문 심리상담 지원, 지역사회 거주모델 개발, 보완대체 의사소통기구 개발 등 새로운 지원사업은 의미 있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서비스들을 일부 확대하거나 강화하는 수준인데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장애아동지원센터와 통합시키는 것은 오히려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를 왜곡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모들은 이야기한다. 지능검사 몇 점 차이 난다는 이유로 등급을 나눠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금의 방식이 어떻게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인지를, ‘우리 아이가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까’를 놓고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있건만, 부양의 책임은 여전히 가족에게 던져놓고 부모를 위한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변죽 때리기 정책’이라고. 한 가지 더, 지금까지의 과정서 가장 중요한 발달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는가다.

 

지난 18일 열린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의 장’을 지켜본 장애계 활동가의 말이 참으로 쓰다.

 

「 열심히 메모하던 (발달장애인) 당사자 한분이 나오면서 그러더군요.

    토론회에 나온 사람이 우리를 바보 취급해서 기분이 상한다고. 우리가 그렇게 엄마를 괴롭히고 있었냐고…

    제가 대신 사과했습니다. 당신을 모욕해서 미안하다고.」

 

「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을 참여시키는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소용없었다는 역사를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설마 당사자분들이 무슨 이해능력이 있어서…라고 하지는 않으실 테죠? 발달장애인 당사자분

    들과 소통 못하는 무능력은 그렇다 쳐 능력주의를 따른다고 해도 최소한 발달장애인 분들 중에 상위 1%를 찾는

    노력이라도, 쇼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모님들이 ‘우리도 발달장애인 당사자’ 라고 주장하시면서 ‘국가에게

    발달장애인을 책임져라’ 라는 이 모순적인 어법을 아이큐 78인 명문대 어느 지체장애인 졸업생은 이해할 수 없다

    고 합니다. 」

 

발달장애인 지원 제도.

누구를 위함인지, 더 멀리가기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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