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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장애아동 성장기 <이상한 나라의 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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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8-05 오후 8:03:24

장애아동 성장기 <이상한 나라의 피비> 

 

남 경 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연구교수

 

 

 

 뚜렛증후군 아동을 소재로 삼은 영화 한 편을 발견하였다. 2008년작 [이상한 나라의 피비(Phoebe in Wonderland)]가 그것인데, [아이 엠 샘]에 출연했던 귀여운 소녀 다코타 패닝의 친동생 엘르 패닝이 주연이라니 호기심이 더 발동한다.

 

[사진1] 부모님으로부터 생일선물을 받은 피비가 기뻐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뚜렛증후군이라는 장애에 대해 주워들은 얘기 정도 외에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몇 년 전 공중파 TV의 한 다큐프로에서 뚜렛증후군으로 고생하는 대학생을 본 적이 있을 뿐이다. 그 학생은 공공장소에서 터져나오는 욕설을 자제하지 못했고 부적절한 행동 또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기침이 나오기 직전 그것을 알면서도 막지 못하잖아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어요.” 라고 설명하던 그 학생을 떠올리며, 뚜렛증후군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으로 그 이상한 나라(?)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사진2] 술래잡기 놀이에서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을 느낀 피비는 친구에게 침을 뱉고 만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피비는 다소 당돌한 구석이 있지만 외견상 여느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비의 엄마가 학위논문 집필과 두 아이(피비와 여동생 샐리)의 양육 등으로 지쳐있는 것에 대해 자책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정작 피비의 문제는 따로 있는데, 무엇인가 중요하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강박적으로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 앞 보도블럭을 순서대로 밟아줘야 한다던가(순서가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만 한다), 무리하게 계단을 세 칸씩 올라가는 행동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원치 않던 술래잡기 게임을 강요당하자 또래에게 침을 뱉어(이 또한 피비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호출되기도 하고 낯선 어른에게 자기도 모르게 무례한 말을 해 사람들을 당황케도 했다.

 

[사진3] 스트레스를 받은 피비가 상동행동을 보인다. 동생 샐리가 뒤에서 언니를 흉내 내고 있다.

 

 한편 학교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극의 주연을 맡게 된 피비는 연습에 몰입하면서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환상을 경험한다. 현실에서는 엄마의 사랑이 더 필요했고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이상한 나라에서는 엄마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그 환상의 나라에 마음을 주었던 것이다.

 

[사진4] 피비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환상을 본다.

 

 이런 저런 사건들이 벌어진 후 피비는 이상한 행동이 뚜렛증후군 때문이고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엄마로부터 듣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이해하게 된 피비는 어머니에 대한 자책감에서 해방되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되찾게 된다.

 

[사진5] 피비가 자신의 장애를 급우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작년, 필자는 영국의 자폐성장애아동들의 글과 그림을 모아 놓은 책 한 권을 번역하면서 그 아이들의 느낌과 생각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필자는 장애아 교육에 대해 공부한다면서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분석하려고만 했지 그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주변의 시선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 얼마나 아픈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공감해보려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장애아동이 품을 수 있는 느낌이나 생각 그리고 자라면서 겪을 수 있는 ‘아픔’에 함께 동행해 볼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데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진6] 자신감을 찾은 피비가 연극 속에서 앨리스 역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힘겨운 고통 가운데 있던 피비에게 연극반 선생님인 다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준다.

 

“살면서 어떤 순간, 아마도 많은 것들이 흘러가 버렸을 때 너는 눈을 뜨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바라보게 될 거야. 특히 너를 끔직하도록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만들어 준 것들이 무엇이지...그리고 네 자신에게 말하게 될거야. 나는 바로 이런 사람이라고. 그 말에는 어떤 사랑이 담겨있는 거야.”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어릴 적부터 무한경쟁을 강요받으며 상처받아도 표현하지 못하고, 커서도 쉽사리 열등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래서 낮은 자존감속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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