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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선아] 학교가는 것이 괴로워요
사업영역 [활성] 장애인식개선사업 > [활성] 칼럼/에세이
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9:54:18

“학교 가는 것이 괴로워요”

 

 

윤선아 교수 /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병원 특수교사

 

 

 

“선생님.. 이 아이는 더 이상 안 자랐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눈뜰 때마다 밤새 또 아이의 키가 자라 있을까봐 걱정이에요.”

“벌써 이가 빠졌어요.”

 

아이가 키가 크고, 이가 빠지는 이런 기쁜 소식들이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기쁨으로 다가 오지 않는다. 키가 크고 유치가 빠진다는 것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처음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준비시키는 어머니의 마음은 당사자인 학생들보다 더 긴장되고 불안하다. 초등학교를 앞두고 부터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하던 어린 시절의 여유 있는 자세도 이미 뒷전이고, 한글이며 숫자며 온통 우리 아이의 모자란 것만 눈에 띈다. 그래서인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기 쉽다.

 

학교를 들어가면 무엇이 힘들고, 도대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힘들지 않은 걸까...

 

사실 누구에게 물어도 이런 질문에 정답을 선뜻 말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잘 준비해서 학교를 입학해도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학교적응은 생각보다 어려워질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에 적응을 시키고 있는 선배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 경험이 내 자녀에게 그대로 대입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읽기, 쓰기를 좀 준비시켜놓으면 마음이 놓일까, 우리 아이는 그래도 눈치껏 알아서 하는 아이니까 마음을 놓아도 될까.. 어떤 것을 준비해도 긴장과 불안감은 여전하다. 학교를 앞둔 부모가 장애자녀의 학교적응을 위해 준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러 가지를 뒤로 하고 나는 <부모의 마음>을 준비해갈 것을 힘주어 이야기 하고 싶다.

 

먼저 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님이 자녀가 학교를 즐기면서 다닐 수 있도록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가 부디 행복한 공간이라는 개념을 일찌감치 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학교를 앞둔 조급한 부모의 마음이, 학교적응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속도로 빨리 시켜야 한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인해 학교는 힘들고 괴로운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여유 있게 바라보는 이러한 마음은 자녀에 대한 믿음과 존중에서 비롯된다. 믿음과 존중의 가치는 자녀의 발달을 위해서 또한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존엄성을 인정받고 그 존중감을 토대로 자신감을 길러내는 토양은 가정이다. 가정에서 존중받은 자녀가 학교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도전적 과제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해결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 존중받은 자녀가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나의 의견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자기 결정 능력이나 의사표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친구도 위축된 마음으로는 학교라는 환경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어렵게 마련이다.

나의 선택이 존중되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아이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모뿐 아니라 교사 역시 우리는 모든 결정에서 아이들의 선택을 배제하는 것이 익숙해있다. 더욱이 학교결정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서는 모든 것을 당사자인 아이들을 제외하고 부모끼리 의논하고 결정해온 것이 익숙한바 이미 청소년기가 된 자녀조차 학교나 자신의 진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학교진로와 관련해서 부모님께 “자녀에게 물어보셨어요?”라고 물어봤을 때, 간혹 “왜요?” “그런 생각 안해봤는데요”“어떻게 그 아이가 대답하겠어요.”라고 대답하실 때는 그 아이의 마음이 되어 갑자기 슬퍼진다.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존중받아온 경험과 연습이 필요하다.

 

자칫 학교적응이라는 숙제로 인해 부모의 무겁게 짓누르는 마음이 자녀의 선택과 결정, 자녀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은 뒤로 하고 무조건 뒤돌아보지 않고 끌고 가고 있는 부모로 만들어 가고 있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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