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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진호] '굿 닥터', 발달장애인에게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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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9:41:09

‘굿 닥터’, 발달장애인에게 득일까 독일까

 

 

전진호

(월페어 뉴스/ 복지TV)

 

 

드라마 좋아하시죠?

요즘 주원 씨가 열연하는 드라마 ‘굿 닥터’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얼굴도 잘생긴데다 연기도 잘하니 큰 사랑을 받고 있겠지만,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의사’라는 극중 캐릭터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나 봅니다. 이를 반영하듯 ‘자폐성 장애’와 ‘서번트 증후군’을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기사와 관심들이 온라인을 메우고 있습니다.

 

 드라마 ‘굿 닥터’ 포스터. 극중 주인공 주원이 서번트신드롬이 있는 의사로 출연해 화제를 낳고 있다

<드라마 ‘굿 닥터’ 포스터. 극중 주인공 주원이 서번트신드롬이 있는 의사로 출연해 화제를 낳고 있다 >

 

사실 자폐성 장애의 한 분야인 서번트증후군을 소재로 한 캐릭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30대 이후 세대라면 기억할만한 영화 ‘레인 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적이 있었고, 엄정화가 출연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도 서번트신드롬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한효주의 동생 캐릭터가 자폐성 장애가 있으면서 서번트신드롬이 있는 역할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바 있죠. 강한 임팩트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영상매체에서는 ‘약한 듯 보이면서도 비범한 모습을 보이는’ 서번트신드롬이라는 소재가 매력적으로 보이나봅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영향력이 큰 매체에서 장애가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례는 무척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미국의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를 보면 휠체어를 타거나 다운증후군이 있는 어린 친구 등 장애가 있는 어린친구들도 함께 출연해 장애에 대한 이질감, 왜곡된 시선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허나 우리나라는 ‘벙어리’, ‘장님’, ‘애자’ 등 장애를 비하하는 용어를 언론에서조차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서 인기 있는 배우이자 주인공이 발달장애인 캐릭터로 등장했으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자폐성 장애가 있는 친구들의 특성을 잘 반영한 연기력까지 더해지니,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지식을 깨뜨리고, 사회구성원의 한 축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라는 제작의도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서미스트리트의 한 장면. 휠체어를 타거나 발달장애가 있는 어린이도 함께 등장해 장애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세서미스트리트의 한 장면. 휠체어를 타거나 발달장애가 있는 어린이도

함께 등장해 장애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

 

기쁨이 큰 만큼 걱정스러운 점도 많습니다.

갑작스레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 예전 ‘진호야 사랑해’에 출연했던 수영선수 김진호 씨와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 씨가 부각되던 때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 당시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등과 더불어 ‘인간승리’니 ‘장애극복 신화’ 등으로 소개 돼 불편해 하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들 가족들은 발달장애에 대해 널리 알리고, 사회 속에서 이들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 출구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예능은 물론 각종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겠지만, 언론이나 여론은 ‘장애는 극복 가능한 것’으로 포장해버렸죠.

방송이 나가자 경제적 여건이나 장애정도, 유형에 대한 이해 없는 대중들은 “당신네 아이도 악기나 수영을 가르치면 되지 않냐.”며 주변의 지원 없이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자신의 자녀 문제가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 아니냐’는 뉘앙스의 말들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씁쓸해 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굿 닥터’의 선전이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이점입니다.

우선, 자폐는 질병이 아닌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두렵습니다. 일상에서 쓰이는 ‘치료’라는 뜻과 달리 언어치료, 운동치료 등 사회복지 영역에서 말하는 치료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장애를 최소화하고, 자신을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일환으로 스포츠나 악기 등을 이용하는 것이고, 일정정도의 기능이 향상됐을 뿐 자폐성 장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오해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입니다.

 

서번트신드롬에 대한 오해도 걱정입니다.

서번트신드롬은 앞서 언급했듯 다양한 발달장애의 유형 중 하나인 것이지 자폐성향을 가진 모든 이가 서번트신드롬, 즉 ‘천재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진호 씨와 형진 씨의 사례를 보고 ‘우리 아이도 혹시 그런 능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학원과 치료실을 전전하며 좌절했던 가족들이 ‘굿 닥터’로 인해 또 한 번의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스럽습니다.

그렇다면 서번트신드롬이 있는 이들은 극중 주원과 같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발달장애 균도와 세상걷기’라는 슬로건을 걸고 발달장애인법 제정, 기초법 상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 등을 이야기하며 전국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던 균도 씨도 서번트신드롬의 소유자입니다.

생년월일만 이야기하면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말할 수 있고, 어느 날에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옷을 입고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에 대해 소상히 말할 수 있는 균도 씨도 ‘천재성’을 발휘에 주원과 같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요? 균도 씨가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속칭 ‘천재성’보다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해져야 하는데 우리사회가 ‘천재성’만을 발휘해도 살아갈 수 있도록 결여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지, 아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끝으로 얼마 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얻은 동영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IVcDejYmk8w

 

이 동영상은 미국의 한 방송사에서 몰래카메라로 찍은 영상인데, 발달장애 자녀를 데리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각본에 의해 한 남성이 과잉행동을 하는 발달장애아에게 화를 내고, 아이의 부모님은 ‘우리 아이는 자폐아’라고 설명하며 쩔쩔내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래도 화내기를 멈추지 않는데, 몰래카메라인지 모르는 주변 손님들은 이 남자에게 항의하며 ‘당신이 나가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만약 한국이라면 어땠을까요?

 

‘발달장애인’ 주원씨의 천재성만이 부각되고, 이에 대한 열광보다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굿 닥터’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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