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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벤치프로젝트] 11차 에피소드 1
사업영역 [비활성] 교육사업 > [비활성] 음악/미술
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8:32:59

2016 창작예술교실 현장방문기
희망의 벤치 프로젝트
11차. 에피소드 1
희망의 벤치 프로젝트 10번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의 새로운 면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성장하는 학생들, 특별했던 이야기 등 숨은 뒷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
에피소드 1. 밤과 밤나무
명진(가명)이는 자폐가 있는 학생입니다. 
아니,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더 이상 학생이 아닌 발달장애가 있는 21살 청소년입니다.
첫 수업이 있던 날, 명진이는 누구보다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동생들과는 안면이 없어서 더 어색했을 거예요.
맨 뒷자리. 커다란 눈을 두리번거리며 껌뻑거리기만 했습니다.
1일 자원봉사를 오신 선생님이 명진이와의 대화를 어려워합니다.
명진이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수요일? 목요일? 어디 간다고? 학교에서 가는 거야?
계속되는 선생님의 질문에도 명진이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에 어딘가를 가는 계획이 있었는데 희망벤치 수업이 있었던 월요일부터 그 생각이 났었나봅니다. 아직은 수업이 썩 재미있지는 않나 봅니다.
그리고 초록상자를 만드는 날이었어요.
매번 점점 어려워지는 미션을 모두들 잘 따라오고 있었죠.
명진이도 이제 익숙해졌는지, 나무키트와 사포를 받자마자 사포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나무토막을 하나씩 목공풀로 붙여 고정 시킨 후, 망치를 이용해 못을 박습니다. 뚝딱뚝딱 경쾌한 망치질 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웁니다.

어느새 상자모양이 완성되고 채색작업에 들어갑니다.
명진이는 형광빛 핑크색 물감을 골라와 자리에 앉습니다. 상자를 핑크빛으로 가득 채우는 손놀림이 무심하면서도 섬세합니다.
어르신을 위한 상자에 무얼 그려볼까?라는 선생님 질문에 옆에 앉은 보람(가명)이가 감이라고 외칩니다. 감과 감나무를 그린다고 하네요.
이 말을 듣자 명진이가 외칩니다. 밤, 바암~,밤나무~
밤나무를 그리고 싶다는 명진이 옆에서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명진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잽싸게 선생님 손에 연필을 쥐어줍니다. 자, 그려주세요.라는 표정으로 우두커니 펜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열심히 밤나무를 그립니다. 나무가 그려지고, 그 위에 밤송이가 몇 개 달렸습니다.
밤~,밤나무~ 명진이의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이게 아닌가 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에 새로운 선생님 한분이 다가와 묻습니다. 뭐 그리고 싶어요?
밤나무
선생님이 밤나무 찾아서 사진 보여줄게요. 이거? 이거?
스마트폰은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었네요. 밤나무를 검색해봅니다. 
수많은 밤나무가 나오는데 명진이가 찾는 밤나무는 아직 없나봅니다.

밤~! 드디어 명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그래, 이 반들반들한 머리모양의 밤톨이 그리고 싶었구나.
명진이가 건네준 연필을 손에 쥐고 선생님이 밤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제야 명진이 얼굴에 웃음이 띱니다.
밤이라고 외치며 또 그려달라고, 하나 더 그려달라고 합니다.
어느새 밤 9개가 상자 한 쪽 면에 가득 찼습니다.
큰 밤 한 알톨, 작은 밤 한 알톨.
마치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 같습니다. 
그 모습이 명진이도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완성된 밤들은 갈색 빛 물감으로 곱게 칠해졌습니다.
조심조심 선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도 심려를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밤나무도, 밤도 가을의 풍성함과 따뜻함을 담고 있습니다.
배부름을 기억나게 만들기도 하고, 시골의 정겨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명진이에게 ‘밤’은 문득 떠오른 단어일지도 모르지만.
명진이의 마음 속 ‘밤’을 이 상자에 빼곡히 채워 넣고 싶은 마음은 전해진 것 같습니다.
상자를 받으실 어르신들이 추억을 꺼내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든든하고 알차게 생긴 밤들을 보며 더욱 도란도란 즐거운 분위기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밤을 좋아하는 명진이의 작품이 어느 어르신에게 전달될지 궁금한 날이었습니다.
채색 작업, 드로잉 과정에서 학생들은 표현하는 법을 배웁니다. 말로 설명하기도 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주제는 희망, 기억, 행복 등이지만 그 안에는 자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창작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희망의 벤치 프로젝트 10번의 만남이 
장애청소년에게 배움과 나눔을 경험하는 값진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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