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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선아]장애 등급제 폐지를 넘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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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8-05 오후 8:29:41 |
장애 등급제 폐지를 넘어서
윤 선 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특수교사)
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실현시키려는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고 하였다.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몇 년 전부터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장애인 관련 단체, 부모들이 힘겹게 목소리를 키워 온 문제였다. 진단 및 교육 현장에서도 장애인 등급은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등 장애 진단뿐 아니라 장애등급을 책정하는 진단기관에서 종사해온 바, 장애등급 1급, 2급, 3급에 따라 부모는 울고 웃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여러 번 보게 된다. 실제로 진단의 초기에 부모님들은 장애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것을 인정하기 까지 힘겨워하면서도 지원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복지카드를 신청하고 장애인등록을 하게 되지만 장애인 등급제 앞에서 한 번 더 울게 된다.
조기에 진단을 받고 여러 가지 교육이나 치료비에 엄청난 비용부담을 해야 하고, 부모 중 한 명은 직업을 유지하기 어려워 휴직이나 퇴직을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장애등록을 안하고 살아갈 때에 비용 부담뿐 아니라 활동도우미 등 현실적인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장애등록으로 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장애등록을 하고도 등급별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는 다시 한 번 절망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장애 등급별로 지원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온 부모들은 진단기관에 와서 검사를 받으면서 어떻게 하면 1급을 받을 수 있는 지 묻기도 하고 1급을 받기 위해 자녀의 현재 수준을 가능한 심각한 수준으로 낮추어서 설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 사이에서는 장애등급 1급을 잘 주는 병원과 의사의 리스트를 서로 정보로 교환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부모들 사이에서 "걸어서 들어오면 1급은 못 받는 다더라", "말을 하면 일단 1급은 주지 않는 다더라", "잠을 재우지 말고 진단을 받게 하는 게 유리하다더라"라는 소문들이 돌고 도는 이유를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 등급에 부모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급수에 따라 지원의 정도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011년 장애등급 원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재심사를 받으라는 통지를 받고 새로운 판정체계에서 장애등급을 받은 결과 하향 조정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 부모들은 더욱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장애등급기준의 개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줄어들게 된 것은 물론 제공해야 하는 치료 및 교육 서비스들이 중단되는 예들도 발생되었다.
2002년 경 병원 소아정신과내 서비스를 받는 자폐아동부모님들이 정책결정 관련인들과 좌담회를 한 바 있다. 그 때 한 어머님이 일어나서 말씀하시던 것이 생각난다. "장애인 등록하던 날 남편과 등록증 놓고 참담한 심정으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함께 울면서 술 한잔 했습니다. 그런데 등록증 받고 나서 나라에서 해주는 것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나마 지하철 탈 때 내밀면 매표하시는 분이 누가 장애인이냐고 위아래 훑어보십니다. 우리 아이가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고 이런 지원이 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지원인지요. 전 장애인 등록증 반납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때 당시보다 지금은 지원의 내용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장애인 가족이 받게 되는 지원의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국가와 사회가 만들어놓은 잣대로 인해 때로는 일관성 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형평성이 없다고 생각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떤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접받아야 하고 국가와 사회는 그 책임이 있다. 우리가 세금을 내고 있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 위함이다. 장애인을 진정한 사회구성원으로 대접한다면 “등급제 폐지”를 넘어선 좀 더 발전적인 정책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즉 장애인에 대한 지원 서비스는 “그 장애인의 필요”를 판단하고 국가가 지원정도와 방법을 맞춤형으로 구성하여야 할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는 목적을 지닌 제도가 자칫 사람을 등급으로 매기는 비인간적인 결정이 되어서는 안되며 개별 장애인의 실질적인 서비스욕구 중심의 판정으로, 즉 진정한 복지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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