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가 없어 당장 수업이 걱정인 선생님
윤 보 영
국립재활원 장애인운전지원과장 (서기관)
“당장 수업은 해야 하는 데 예산이 없어 어렵다고 해요.”
지난해 사고로 지체장애인 1급이 된 김현수 선생님(가명)이 복직을 위해 학교에 갔다가 시설 담당 직원에게 예산이 없어 당장 경사로 설치는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하소연하며 건넨 말이다.
오랫동안 장애인 인권침해 예방을 담당해 오면서 수없이 접한 사례 중 하나지만 사연을 들을 때마다 이를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해소와 차별받은 장애인의 권리구제 등을 위해 2008년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차별 적용에 대한 일부 예외 인정으로 완전한 차별 해소는 상당기간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해 구제받을 수 있지만, 각종 편의제공이 사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때는 예외로 인정해 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에 교육과학기술부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장애학생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교사용 지침서」를 만들어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유·초·중·고등학교 교사용으로 4종이 제작되었으며, 인권침해사례별 대응법과 차별 예방을 위한 교육 안내 등 광범위한 학교인권 대책이 소개되어 있다.
학교인권 전문가를 중심으로 토의를 거쳐 제작되었고,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부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 선생님까지 참석해 최종 검정 후 발간된 이 지침서는 앞으로 장애학생 인권침해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지침서가 장애학생은 물론 김현수 선생님처럼 장애를 가진 교직원 인권침해 예방에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막연히 예산이 배정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미리 예산을 확보해 경사로와 승강기 등을 설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설령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장 지체장애 학생이 입학하거나 장애를 가진 교직원이 근무하게 될 때 이들의 공부나 근무에 불편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교육청 등에 예산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된다.
1년 전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사고로 장애인이 된 김현수 선생님의 경우처럼 후천적 장애발생률 90% 환경에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경사로가 없어 다음 달이 걱정인 선생님! 선생님께서 휠체어를 타고 학생들과 함께 교내를 자유롭게 오가며 환하게 웃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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